합천 가야산
아침 일찍 배낭을 짊어지고 28인승 산악클럽 가야산 산행에 동참했다. 4시간쯤에 가야산을 오르는 길목엔 여기저기 하얀 눈과 벚꽃잎이 어우러져 눈인지 꽃잎인지 구분이 안되였다. 차에서 내리니 빗방울이 조금씩 내 머리에 살포시 내려앉으며 맞아준다. 전날 기상예보가 심상치않아 잠시 망설임을 뒤로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입구엔 화사한 봄의 전령사 벚꽃이 그리고 전날 내린 비로 계곡 물소리가 요란했다. 산행코스는 백운동 - 백운사지 - 서선재 - 칠불봉 - 우두봉(가야산 정상) - 해인사 10km였다.
사부작 내리던 비는 오를수록 눈으로 바뀌며 바람도 함께.. 일찍이 올랐던 산객들은 온몸이 추위에 얼어있었고 정상 부근엔 세찬 강풍으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라며 하산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을 뒤로하고 오르면 오를수록 눈 빨은 눈을 뜰 수없이 세차게 얼굴을 때리고 마지막 철계단을 다 오르고 나니 바람에 몸이 계곡으로 날릴 듯 위험한 순간에 몸을 바닥에 낮추어 숨을 고르고 주변에 함께한 일행들과 원점회귀할 것을 의논하고 칠불봉 50m 앞에서 하산을 시작했다. 겨울장비가 준비된 상황이면 해인사까지 완주를 하려 했지만 배낭은 봄에 맞게 정리되였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정상을 오르지 못하고.. 대신 겨울에도 보기 힘든 상고대가 휘어질 듯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조금씩 꽃으로 피어나기 시작하고 바람만 겁주지 않았다면 조금 더 머물며 아름다운 상고대의 사진을 남기고 싶었지만 두렵고 추위가 느껴지니 더 머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두 얼굴을 한 가야산의 봄은 산을 좋아하는 나에게 또 하나의 교훈을 주었다. 아픔과 시련 뒤에 만끽하는 행복은 그 어느 때에 느끼는 희열보다 倍가 됨을 알게 해 준 하루였다.